슈아의 일상

(골절 입원일기) #4. 2023/4/30 ~ 2023/5/6 입원 3일차 ~ 퇴원까지 (중수골 4번 골절 입원, 입원 기간 일상, 수술 부위 경과, 불안한 마음이 만드는 지옥 같았던 시간들) 본문

모래알 하나하나

(골절 입원일기) #4. 2023/4/30 ~ 2023/5/6 입원 3일차 ~ 퇴원까지 (중수골 4번 골절 입원, 입원 기간 일상, 수술 부위 경과, 불안한 마음이 만드는 지옥 같았던 시간들)

iiii슈아 2023. 7. 22. 14:11

입원 3일차부터 퇴원 전인 8일차 까지는 매일 정해진 일정에 따라 하루를 보냈다.

(사실... 입원을 8일이나 하게될 줄은 정말 예상 못했다........)

 

 매일의 일과표를 정리해 보자면 이러했다.

  • 오전 6시: 혈압, 맥박 재기
  • 오전 8시:진통제 주사 (엉덩이 주사), 항생제 주사 (팔 주사) 맞기, 수액 (플라즈마) 달기, 아침 식사 후 오전 약 먹기
  • 오전 10시: 수술부위 소독하기
  • 오후 12시: 점심식사
  • 오후 1시 반: 플라즈마 수액 빼기 (수액에 달려 있는 폴대도 제거하므로, 이 때부턴 움직임이 자유로웠다. 하지만 많이 움직이지는 않았음. ㅋㅋㅋㅋ)
  •  오후 5시: 저녁 식사 후 저녁 약 먹기
  • 오후 8시: 진통제 주사 (엉덩이 주사), 항생제 주사 (팔 주사) 맞기, 혈압, 맥박 재기

 손등뼈가 골절되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입원기간이 길어야 하나.. 의문이었는데, 이 일정들을 겪으며 이해가 되었다.

 

 매일 소독해 주고, 경과를 보고,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했기에 입원기간이 좀 필요했던 것이다.

 


ㅇ 입원 3일차 ~ 4일차 (2023/04/30 ~ 2023/05/01)

 

병원안에서 5월을 맞이했다. ㅠㅠ

 

소독하느라 수술 후 처음으로 붕대를 제거했을 땐, 충격을 받았다.

 

ㅠㅠ.. 손등에 절개부위가 생각보다 길었고, 뼈를 고정시켰다는 핀도 손등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나중에 이 핀을 절개없이 밖에서 잡아 뽑을 거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해 주셨다.

손은 퉁퉁 부어 있었고, 무엇보다 절망스러웠던 사실은..

한 이틀 정도 반깁스로 고정하고 있었을 뿐인데 손가락이 전혀 구부러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손가락 끝 부분은 꿈직 꿈직 움직이니 겨우 구부러지긴 했는데,  손등 가까운 부분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구부리려 하자 통증이 심했다.

 

당연한 거겠지.. 수술하고 이제 이틀째인데 괜찮길 바라는 내가 욕심이 많은 거였다. ㅠㅠ

 

이 날, 내가 정말 손등뼈가 부러져 한동안 손을 못 쓴다는 사실을 크게 절감했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손등 상태가 너무 엉망이라, 내가 제대로 수술을 받은 건지도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입원실로 돌아와 핸드폰으로 '골절 수술'을 막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는 중수골 골절 수술에 '플레이트 삽입술' 과 '핀 고정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각각의 수술 및 입원일지도 여러개를 읽어 보았다.

 

하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다. 

골절된 모양도 다 다르고 중수골 몇 번 골절인지도 다 달랐기 때문이었다.

어떤 경우는 수술하지 않고 한동안 반깁스로 고정만 해줘도 충분하다고 하는 것도 봤다.

어떤 블로그에는, 수술이 잘못되어 뼈가 돌아갔고, 그로 인해 주먹이 제대로 쥐어지지 않아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수술을 받고 정상이 되었다는 내용도 포스팅되어 있었다.

 

불안감에 미칠 것만 같았다.

병원에 올 일이 되도록이면 없는 것이 좋은 이유는, 환자로써는 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에 이 치료가 제대로 되었는지 여부를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전적으로 병원의 치료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 

인간으로써 무력감을 느끼기 가장 좋은 상황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이미 해버린 수술, 이렇게 불안해 해서 무엇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사람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그 생각들은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나는 얼른 가져간 수첩을 꺼내서 차라리 이 기분들을 차분히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기처럼..

 

내가 지금 하는 생각들을 잊고 싶지 않기도 했다.

 

 이 블로그도 그 때 적어놓은 글들을 기반으로 작성하는 것인데,

여기에 보면 내가 가장 불안해 하는 부분은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내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적절한 기간을 입원해 있는 것인지의 여부 (과대 치료, 과대 입원이 아닌가 하는 것)

또 한 가지는 내가 과연 이 왼 손을 다시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엉망이 되었고 지금은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가 없는데, 과연 내가 이 손을 예전처럼 다시 쓰고, 심지어 하던 운동까지 무리없이 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하늘이 도운 것이니, 정말 감사해야 한다, 고 쓰여져 있었다.

 내가 그 때 얼마나 불안하고 간절한 마음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왼 손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된 지금이 정말 감사한 상황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 와중에 밥은 참 잘 먹었음. ㅋㅋㅋㅋㅋㅋ

기분이 우울해지니 달달한 건 필수...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 입원 5일차 ~ 6일차 (2023/05/02 ~ 2023/05/03)

 어제와 차도가 없다. 여전히 부어 있는 손..

기분 탓인지 어제보다 더 부어 있는 것 같기도 ㅠㅠ..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을 잠재우고 있다가도, 소독할 시간이 되어 이 손을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지옥이 되곤 했다.  ㅠㅠ

 우울할 땐 밥을 먹어야지!

 

 밥 먹을 때만은 기분이 나아지곤 했다.

 

 그런데 먹고, 입원침대에 앉거나 누워 있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몸이 점점 붓는 것이 느껴졌다.

 먹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허기는 느껴지긴 하는데 음식물이 완전히 소화되는 느낌은 아닌 더부룩한 느낌도 들었고..

 

 깨끗하게 치워지지 않은 곳에 뭔가를 계속 쌓아올리는 느낌..

 

 확실히 사람은 동물이다. 

움직이는 건 귀찮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더 불편하고 불쾌해진다.

 

  그리고 내 의지로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신체가 건강해야 가능한 일인 것이다.

 나는 움직일 수 있는 팔 다리가 온전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생각했다.

 

  같은 병실에 다리를 다친 사람이 있었는데, 

 그래도 화장실은 자유롭게 가는 나와는 달리 그 아이는 한 발자국 움직이는 것도 불편해 했다.

 

  사지 멀쩡함의 감사함과 중요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원래는 걷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운동 강사를 하면서 어느 새 수업이 없는 날은 움직이기 귀찮아하게 되었었는데

 이런 게으름과 썩어빠진 정신상태를 개선하는데 이 입원기간이 많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퇴원하면 나의 건강한 두 다리를 마음껏 써줄것이라 다짐했다.

 이렇게 힘없이 누워있기만 했음. ㅋㅋㅋㅋ

 

 하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도, 밥은 참 맛있엇다.


ㅇ 입원 7일차 ~ 8일차 (2023/05/04 ~ 2023/05/05)

 여전히 부어 있는 나의 손..

 

 처음에는 꽤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새였지만 그 새 익숙해졌는지 이젠 봐도 아무렇지 않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날은 수술 후 처음으로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보았다.

 

 수술부위에 핀이 박혀져 있는 것이 보인다.

 

 잘 붙으면 제거할 거라고 하셨다.

 

 그 날이 언제일까. ㅠㅠ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그 날에 또 우울해지고 말았다.

 그럴 땐 밥을 먹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짜장면을 좀 먹고 싶다.. 라고 생각했는데 짜장면이 나왔다. 신기했음. ㅋㅋㅋㅋㅋ

 

이것이 병원에서의 마지막 식사라 더 맛있게 먹었었다.

 

이 병원에서는 밥을 맛있게 먹었고, 간호사쌤들과 의사쌤이 엄청 친절하셨다는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그것들이 우울하고 힘든 마음을 좀 많이 가라앉혀 주었던 것 같다.

퇴원하기 직전, 소독을 하면서 주먹을 쥐어 보았다.

 

매일매일 소독할 때마다 조금씩 손가락을 오므려 보아서 그런지 첫 날보다는 좀 구부러지는 편이지만 아직 주먹까지는 한참 멀어보이는 모양이다. ㅠㅠ

 

 그래도 멀어 보였던 8일간의 입원일이 모두 끝나고 퇴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 잘 보살펴 주셨던 의사쌤과 간호사 쌤들께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나오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5월 5일 어린이 날이기도 했고, 비도 내리고 있어서 마음이 더 시원섭섭, 착잡했던 것 같았다.

 

 반깁스를 한 손은 여전히 불편하긴 했지만 처음에 느낀 만큼의 절망감은 아니었다.

 

 어쨌든 좋은 기억만을 남겨서 퇴원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입원 기간의 총비용, 보험서류, 보험처리된 비용들을 포스팅해 보도록 하겠다.